7월 05, 2022

해고예고의 방법(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

해고예고의 방법(해고사유와 해고시기의 서면통지)

 

1.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며,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위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음

 

사용자가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해고예고를 한 경우에는 위의 통지를 한 것으로 봄(근로기준법 제27)

 

2. 서면통지의 방법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 해고통지서 등 명칭과 상관없이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서면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36103 판결)는 것이 판례의 태도임

 

3. 해고사유의 기재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함(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548136 판결)

 

4. 구두 등 서면 외의 방법으로 행한 해고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고 구두 등으로 해고를 통보한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2항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서 구두 해고통보는 무효

 

서면으로 하지 않은 해고라고 하더라도 부당해고 구제신청기간(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을 도과한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할 수 없으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기간에 구제신청을 하여야 함(근로기준법 제28)

 

5. 판례의 태도

 

(1)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그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용이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다(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2145114 판결).

 

(2) 이메일에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으며, 해고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등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의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면, 단지 이메일 등 전자문서에 의한 통지라는 이유만으로 서면에 의한 통지가 아니라고 볼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이메일을 수신하는 등으로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이메일에 의한 해고통지도 서면에 의한 해고통지로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할 경우가 있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41401 판결).

 

(3) 해고 대상자가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면서 해고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해고통지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에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1. 2. 25. 선고, 2017226605 판결).


7월 04, 2022

위법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위법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위법한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해고는 그 징계해고사유로 된 쟁의행위가 정당한 쟁의행위인 경우에는 징계해고 사유가 될 수 없음

 

1.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요건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함

(1)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함

(2)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함

(3)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함

(4)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않아야 함

 

2. 판례의 태도

 

(1) 지하철공사 직원이 불법파업에 참가하기 위하여 무단결근을 하고 업무복귀명령에도 응하지 않았다면, 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정함(대법원 1996. 11. 26. 선고 9517571 판결)

 

(2) 3차례의 징계전력이 있고, 징계가 유보된 상태에서 2차례에 걸쳐 불법쟁의 행위를 주도하고, 회사 부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근로자에 대한 징계해고는 정당함(대법원 1992. 9. 22. 선고 914317 판결)

 

(3) 근로자들이 연구소장실에 침입하고, 페인트로 연구소장실 입구 벽면 및 복도 등에 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쓰고 같은 내용의 벽보를 부착하는 등 그 쟁의행위의 방법 내지 태양이 사회적 상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그 쟁의행위는 부당하고, 이를 이유로 한 해고는 유효함(대법원 1992. 5. 12. 선고 9134523 판결)

 
[참고 판례]

 

업무방해

[대법원 2001. 10. 25., 선고, 994837, 전원합의체 판결]

【판시사항】

노동조합원의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소극)

 

【판결요지】

[다수의견]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하는바, 특히 그 절차에 관하여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 이와 달리 쟁의행위의 개시에 앞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에도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때에는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에 결함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여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임에 의한 대리투표, 공개결의나 사후결의, 사실상의 찬성간주 등의 방법이 용인되는 결과, 그와 같은 견해는 위의 관계 규정과 대법원의 판례취지에 반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견해를 달리하여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도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4836 판결은 이와 어긋나는 부분에 한하여 변경하기로 한다.

[반대의견] 조합원의 찬·반투표에 관한 다수의견의 견해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에게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거나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징계책임을 묻는 민사사건이나 행정사건에 있어서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로는 일반적으로 타당한 견해이지만,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에게 업무방해죄라는 형사책임을 묻는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와 같은 법리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쟁의행위를 포함한 단체행동권은 헌법상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권으로서 쟁의행위에 대한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고 같은 취지에서 쟁의행위를 형사처벌로써 제재하는 것은 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 등 형사범죄로 처벌함에 있어서는 민사상 또는 노동법상 쟁의행위를 평가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위법성의 기준보다는 일층 강한 정도의 위법성을 요한다고 할 것이고(이른바 위법의 상대성론), 따라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논함에 있어서도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한 정당성의 인정과 민사상 또는 노동법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정당성의 인정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쟁의행위를 포함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위력이나 위계와 같은 언동이 없이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였을 뿐인 쟁의행위, 즉 단순파업이나 태업에 대하여 형법상 일반 처벌법규인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시기, 수단·방법이 모두 정당하고 단지 일부 절차상의 결함이 있었을 뿐인 경우에, 그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에 있어서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그 위법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본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 91조 제1호의 문언의 해석이나, 같은 법 제37조 제2(쟁의행위의 주체), 38조 제3(노동조합의 지도와 책임) 등에 비추어 보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주체는 노동조합(본부와 지부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본부)의 집행부라 할 것이므로, 조합원의 찬·반투표 절차 없이 쟁의행위를 개시하였음을 이유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91조 제1호에 따라 처벌하는 대상도 그와 같은 찬·반투표 없이 쟁의행위를 하기로 하는 결정을 주도하거나 그 결정에 적극 관여한 자에 한정되는 것이고, 그러한 결정을 주도하거나 적극 관여함이 없이 단순히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은 그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에 대한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단지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그와 같은 쟁의행위에 가담하였을 뿐인 일반 조합원들을 형사처벌함에 있어서까지 그 절차위반의 사유만으로 그들의 쟁의행위 참가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고, 노동조합 내에서의 지위나 가담정도 등을 불문하고 참가 조합원 전원에 대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처벌에 있어서 쟁의행위의 위법성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일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들을 형사처벌함에 있어서 노동조합 내에서의 지위나 쟁의행위에의 가담정도 등에 따라 위법 여부의 평가를 달리한다고 하여 형법상의 위법성 이론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쟁의행위와 같이 여러 사업장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집단행동을 하고 그 가담의 방식과 정도도 근로자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게 되는 경우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에 있어서는, 그 쟁의행위 전체의 주체, 목적, 성격과 진행경과 등을 고려함과 더불어 당해 근로자가 속한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의 수행 형태와 당해 근로자의 쟁의행위에의 가담 방식과 정도, 그 과정에서의 행동 등도 아울러 고찰하여, 그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가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하는 대법원 종전 판례의 견해와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의 견해가 일반론으로서 타당한 것임은 이를 인정하고,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한 것은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에 지나지 아니하고 파업에 참여한 인원 등에 비추어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파업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견해(같은 취지로 이해되는 범위 내에서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4836 판결의 견해도 마찬가지임)는 그것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론으로 이해되는 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 규정한 찬·반투표의 성격을 오해한 것으로서 잘못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쟁의행위를 형사처벌함에 있어서는 위의 일반론과는 달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찬·반투표의 불실시에도 불구하고 그에 단순가담한 근로자의 단순파업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 노동조합 지부의 간부들로서 그 지부에서의 쟁의행위를 수행하였음에 불과한 이 사건 피고인들의 이 사건 쟁의행위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한다.

 

【참조조문】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 2조 제5, 6, 4, 37, 38조 제3, 41조 제1, 91조 제1, 형법 제20, 314

 

【참조판례】

 

대법원 1990. 5. 15. 선고 90357 판결(1990, 1306), 대법원 1991. 5. 24. 선고 91324 판결(1991, 1817), 대법원 1992. 1. 21. 선고 915204 판결(1992, 927), 대법원 1992. 3. 13. 선고 9110473 판결(1992, 1324), 대법원 1992. 9. 22. 선고 914317 판결(1992, 2948), 대법원 1992. 12. 8. 선고 921094 판결(1993, 467), 대법원 1996. 1. 26. 선고 951959 판결(1996, 838), 대법원 1996. 2. 27. 선고 952970 판결(1996, 1184), 대법원 1998. 1. 20. 선고 97588 판결(1998, 636), 대법원 2000. 3. 10. 선고 994838 판결, 대법원 2000. 5. 12. 선고 983299 판결(2000, 1454),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4836 판결(변경), 대법원 2001. 6. 12. 선고 20011012 판결(2001, 1662)

 

【전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김기덕 외 1

 

【원심판결】

대전지법 1999. 8. 13. 선고 99224 판결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부분을 파기하고, 그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상고심판의 대상인 공소사실 부분과 원심의 판단

 

.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상고심의 판단대상이 된 부분의 요지는 "공소 주식회사 노동조합 대전지부장인 피고인 1과 위의 지부 교육선전부장인 피고인 2및 위의 지부 조사통계부장인 피고인 3 1998. 5. 6.부터 그 달 12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한 기간 동안 노동조합 조합원 약 200명을 작업장에서 이탈케 하여 만도기계 주식회사 대전 생산기술원의 구내식당에 모이게 한 다음 각종 집회를 개최하여 생산활동을 전면 중단케 함으로써 위력으로써 공소외 주식회사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  원심은 그의 인정 사실을 토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종료 후에 노동조합의 조합원 총회를 거쳐 파업을 실시하였으므로 위의 파업은 시기와 절차에서도 정당하고, 비록 조합원 총회에서 파업실시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와 같이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한 것은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조합원 총회 이후 파업에 참여한 인원 등에 비추어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의 파업의 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으며, 위의 파업은 그의 주체, 목적, 수단, 방법에 있어서도 상당하므로 결국 위의 파업행위는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요지로 판단하여 위의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이 법원의 판단

.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아래에서는 '노동조정법'이라고 한다) 1조는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근로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노동조정법 제4조는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며, 노동조정법 제37조 제1항은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2항은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며,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대법원도 그 규정들에 좇아 근로자의 쟁의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가 되기 위하여는 첫째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둘째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셋째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넷째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여러 조건을 모두 구비하여야 한다고 되풀이 판시하고(대법원 1990. 5. 15. 선고 90357 판결, 1991. 5. 24. 선고 91324 판결, 1996. 1. 26. 선고 951959 판결, 1996. 2. 27. 선고 952970 판결, 1998. 1. 20. 선고 97588 판결, 2000. 5. 12. 선고 983299 판결, 2001. 6. 12. 선고 20011012 판결 등 참조), 특히 그 절차에 관하여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를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잇달아 판시하여(대법원 1992. 3. 13. 선고 9110473 판결, 1992. 9. 22. 선고 914317 판결, 1992. 12. 8. 선고 921094 판결, 2000. 3. 10. 선고 994838 판결 등 참조) 위의 규정들의 취지를 분명히 하여왔다.

그러하니 이러한 해석견해와 달리 쟁의행위의 개시에 앞서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경우에도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때에는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에 결함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여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상실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위임에 의한 대리투표, 공개결의나 사후결의, 사실상의 찬성간주 등의 방법이 용인되는 결과, 그와 같은 견해는 위의 관계 규정과 대법원의 판례취지에 반하는 것이 된다.

따라서 견해를 달리하여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을 위반하여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결정을 거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도 조합원의 민주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확보된 경우에는 위와 같은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상실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4836 판결은 위의 판결들과 어긋나는 부분에 한하여 변경하기로 한다.

 

.  그럼에도 원심에 이르기까지 다른 위법성 조각사유가 심리·인정되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원심이 공소외 노동조합이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에 의한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결정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파업에 나아간 사실을 인정하고서도, 파업개시에 앞서 조합원 총회를 거친 이상 위와 같이 조합원에 의한 투표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은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에 지나지 아니하며 조합원 총회 이후 파업에 참여한 인원 등에 비추어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조합원 총회에서 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더라도 파업의 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어 그 파업은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이유로 상고심판 대상이 된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쟁의행위의 정당성과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해석에 관한 위에서 본 법리와 대법원판례들의 취지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끼친 위법이 있으므로, 그 사항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기에 이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인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을 파기하여 그 부분 사건을 더욱 심리한 후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에 쓴 바와 같이 판결하는 바, 이 판결에는 대법관 송진훈, 대법관 손지열, 대법관 박재윤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견해가 일치되었다.

 

4.  대법관 송진훈, 대법관 손지열, 대법관 박재윤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  피고인들이 가담한 쟁의행위 중 상고심의 판단대상이 된 부분(이하 이 부분만을 '이 사건 쟁의행위'라고 한다)이 그 절차 중 조합원총회의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점 외에는 주체, 목적, 수단·방법의 모든 점에 있어서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원심의 판단에 대하여는, 다수의견도 대체로 긍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쟁의행위가 다른 모든 점에서 정당하고 다만,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결함이 있을 뿐인 경우에,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쟁의행위 전체가 형사상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고, 그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 전원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아야 하는가로 정리될 수 있다.

다수의견이 설시하는 대로, 대법원은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찬성결정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의 규정은, 노동조합의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운영을 도모함과 아울러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이 사후에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 유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그 개시에 관한 조합의사의 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므로, 위의 절차에 위반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에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거듭 판시하여 왔는바, 조합원의 찬·반투표에 관한 이러한 견해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에게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묻거나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의 징계책임을 묻는 민사사건이나 행정사건에 있어서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로는 일반적으로 타당한 견해이지만, 쟁의행위에 참가한 근로자들에게 업무방해죄라는 형사책임을 묻는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와 같은 법리를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고, 이 사건의 구체적 사안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쟁의행위에 관하여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 부분을 파기한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할 수 없으므로, 아래와 같은 논거에 의하여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것이다.

 

.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1) 쟁의행위를 포함한 단체행동권은 헌법상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기본권으로서 쟁의행위에 대한 제한은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하고 같은 취지에서 쟁의행위를 형사처벌로써 제재하는 것은 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 등 형사범죄로 처벌함에 있어서는 민사상 또는 노동법상 쟁의행위를 평가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위법성의 기준보다는 일층 강한 정도의 위법성을 요한다고 할 것이고(이른바 위법의 상대성론), 따라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논함에 있어서도 형사처벌을 면하기 위한 정당성의 인정과 민사상 또는 노동법상 책임을 면하기 위한 정당성의 인정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위에서 본 대법원의 입장을 기본적으로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형사사건에 있어서는 사안에 따라 그 위법성의 평가를 달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도 조정전치의 규정에 따르지 아니한 절차위반의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노동조정법 제45조의 조정전치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분쟁을 사전 조정하여 쟁의행위 발생을 회피하는 기회를 주려는 데에 있는 것이지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려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므로, 쟁의행위가 조정전치의 규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무조건 정당성이 결여된 쟁의행위라고 볼 것이 아니고, 그 위반행위로 말미암아 사회·경제적 안정이나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혼란이나 손해를 끼치는 등 부당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의 여부 등 구체적 사정을 살펴서 그 정당성 유무를 가려 형사상 죄책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여(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4812 판결 참조), 쟁의행위에 있어서 단순한 절차위반의 경우 형사법상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는 가능성 내지 쟁의행위에 관한 위법성의 평가에 있어서 민사사건 등과 형사사건 사이의 차별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2) 쟁의행위 과정에서 행한 개개 근로자의 행위가 폭행죄, 협박죄, 강요죄 등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 각 해당 법규정에 따라 처벌함은 당연하다. 그리고 판례는 정당성을 결여한 쟁의행위는 비록 소극적으로 근로를 제공하지 아니한 것에 그친 경우(파업, 태업 등)라도 근로자들이 위력에 의하여 사용자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으로 보고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례의 입장에 나름대로 근거가 있음을 긍인한다고 하더라도, 쟁의행위를 포함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위력이나 위계와 같은 언동이 없이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였을 뿐인 쟁의행위, 즉 단순파업이나 태업에 대하여 형법상 일반 처벌법규인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극히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쟁의행위의 주체, 목적, 시기, 수단·방법이 모두 정당하고 단지 일부 절차상의 결함이 있었을 뿐인 경우에, 그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에 있어서는,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그 위법성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앞에서 본 대법원 2000. 10. 13. 선고 994812 판결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3) 한편,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91조 제1호는 "41조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 91조 제1호의 문언의 해석이나, "조합원은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노동조정법 제37조 제2(쟁의행위의 주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가 적법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지도·관리·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 노동조정법 제38조 제3(노동조합의 지도와 책임) 등에 비추어 보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주체는 노동조합(본부와 지부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본부)의 집행부라 할 것이므로, 조합원의 찬·반투표 절차 없이 쟁의행위를 개시하였음을 이유로 노동조정법 제91조 제1호에 따라 처벌하는 대상도 그와 같은 찬·반투표 없이 쟁의행위를 하기로 하는 결정을 주도하거나 그 결정에 적극 관여한 자에 한정되는 것이고, 그러한 결정을 주도하거나 적극 관여함이 없이 단순히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쟁의행위에 가담한 조합원은 그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노동조정법 제37조 내지 제46조가 쟁의행위의 원칙, 주체, 절차, 방법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벌칙조항에서 위 각 규정 중 일부의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바(이 사건에서 문제된 노동조정법 제41조 제1, 91조 제1호도 그 중 일부이다), 쟁의행위에 대하여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위 노동조정법 규정의 입법 취지나 조문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노동조정법상 위반행위에 대하여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는 사항에 대하여는, 거기에 부가되는 폭행, 협박, 강요 등 별도의 위법행위가 없는 한, 노동조정법상 처벌규정 위반죄로 처벌하는 외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그렇지 않다고 하는 경우 당해 규정위반으로 인하여 이미 쟁의행위 자체가 위법한 것으로 되고 그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으로 되는데(더구나 다수의견대로라면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는 위법 정도의 경중, 가담의 경중을 가릴 것도 없이 전원이 처벌대상이 된다), 구태여 노동조정법상에 업무방해죄의 법정형과 같거나 보다 가벼운 형을 정하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업무방해죄와 비교하여, 노동조정법의 처벌규정 중 제88조는 징역형은 같되 벌금형은 무겁고, 89, 90조는 징역형은 가볍고 벌금형은 약간 무거우며, 나머지 처벌조항은 징역형, 벌금형 모두 가볍다). 다만, 이 점은 이 사건에서의 직접적인 쟁점이 아니므로, 여기에서는 이 정도로 의문을 제기해 두는 것에 그치려 한다.

(4) 위와 같이 본다면,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고 행한 쟁의행위를 민사상 또는 노동법상 위법하다고 하는 것은 수긍될 수 있고, 나아가 그와 같은 쟁의행위를 주도한 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하여 노동조정법 제91조 제1호 위반죄 외에 형법상의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하고 쟁의행위를 할 것인가 여부에 대한 결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단지 노동조합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그와 같은 쟁의행위에 가담하였을 뿐인 일반 조합원들을 형사처벌함에 있어서까지 그 절차위반의 사유만으로 그들의 쟁의행위 참가 자체를 위법한 것으로 평가하고, 노동조합 내에서의 지위나 가담 정도 등을 불문하고 참가 조합원 전원에 대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형사처벌에 있어서 쟁의행위의 위법성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요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노동조정법 제91조 제1, 41조 제1항의 처벌범위를 위 (3)과 같이 해석한다면, 이와 같은 일반 조합원들에 대하여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보다 가벼운 구성요건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들에 대하여 보다 무거운 구성요건에의 해당을 인정하는 것이 되어 불합리하며, 나아가 이처럼 가벼운 절차규정위반의 경우에 쟁의행위 가담자 모두를 처벌하는 경우 처벌범위가 무한정 확대될 우려가 있다.

(5) 동일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근로자들을 형사처벌함에 있어서 노동조합 내에서의 지위나 쟁의행위에의 가담 정도 등에 따라 위법 여부의 평가를 달리한다고 하여 형법상의 위법성 이론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4415 판결 등 참조), 여기에 쟁의행위를 포함한 단체행동권을 개개 근로자의 기본권으로 보장한 헌법 및 노동조정법 등 관련 법령 전체의 취지를 염두에 두고, 한편 형사책임은 개인의 범법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형벌로써 다스리는 것으로서 궁극적으로 개인 책임의 영역에 속하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쟁의행위와 같이 여러 사업장에서 수많은 근로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작위 또는 부작위로 집단행동을 하고 그 가담의 방식과 정도도 근로자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게 되는 경우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함에 있어서는, 그 쟁의행위 전체의 주체, 목적, 성격과 진행경과 등을 고려함과 더불어 당해 근로자가 속한 사업장에서의 쟁의행위의 수행 형태와 당해 근로자의 쟁의행위에의 가담 방식과 정도, 그 과정에서의 행동 등도 아울러 고찰하여, 그것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가려야 할 것이다. 물론 쟁의행위와 같은 집단행동은 제1차적으로 그 집단행동 전체를 평가하여 위법 여부를 가리고 통상의 경우 위법한 집단행동에 가담한 개개인의 참여행위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지만, 개별 사업장별로 또는 개인별로 집단행동 전부에 대한 위법성 평가와는 달리 위법성을 조각할 만한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 구체적 사정에 따라 개별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도 있는 것이다.

(6)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노동조합 본부가 아닌 대전 지부의 간부들로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채 쟁의행위를 행하기로 하는 본부에서의 결정에 참여함이 없이 다만, 본부의 쟁의행위 개시결정과 그 지시에 따라 대전 지부에서의 파업만을 수행하였음을 알 수 있고(이 사건 공소사실은 '노동조합 대전 지부에서의 파업'에 한정되어 있고, 피고인들이 노동조합 본부의 간부들과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지도 않았다), 대전 지부에서의 파업과정에서는 소극적인 노무제공의 거부만 있었을 뿐 폭력적 행동이나 달리 위법이라고 볼 만한 언동은 일체 없었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노동조합 지부의 간부들로서 그 지부에서의 쟁의행위를 수행하였음에 불과한 피고인들에게 있어서, 그 쟁의행위가 주체, 목적, 시기, 수단 및 방법의 면에 있어서 모두 정당함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절차위반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쟁의행위에의 가담이 위법한 것으로 되어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이 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7) 결론적으로,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는 그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한 정당성이 상실된다고 하는 대법원 종전 판례의 견해와 이를 유지하고자 하는 다수의견의 견해가 일반론으로서 타당한 것임은 이를 인정하고, 조합원의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한 것은 단지 노동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상의 결함에 지나지 아니하고 파업에 참여한 인원 등에 비추어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보이므로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파업절차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한 원심의 견해(같은 취지로 이해되는 범위 내에서 대법원 2000. 5. 26. 선고 994836 판결의 견해도 마찬가지임)는 그것이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론으로 이해되는 한 노동조정법이 규정한 찬·반투표의 성격을 오해한 것으로서 잘못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쟁의행위를 형사처벌함에 있어서는 위의 일반론과는 달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찬·반투표의 불실시에도 불구하고 그에 단순가담한 근로자의 단순파업행위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고 보고, 이 사건의 피고인들의 이 사건 쟁의행위가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는 점에서, 다수의견과 견해를 달리하는 것이다.

 

.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는 찬동할 수 없고,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부분은 이 사건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피고인들을 처벌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므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 최종영(재판장) 송진훈 서성 조무제 유지담 윤재식 이용우 배기원 강신욱 이규홍 이강국 손지열(주심) 박재윤


7월 04, 2022

위법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위법한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의 정당성 판단기준

 

위법한 조합활동이라고 하더라도 그 징계해고사유로 된 근로자의 업무 외 활동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해당한다면 징계해고 사유가 될 수 없음

 

1. 정당한 노동조합의 행위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근로자의 행위가 정당한 노동조합의 행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함

(1) 행위의 성질상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활동으로 볼 수 있거나 노동조합의 묵시적 수권 혹은 승인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함

(2)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근로자들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이어야 함

(3)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노동관행·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외에는 취업시간 외에 행해져야 함

(4) 사업장 내의 조합활동에 있어서는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인 규율이나 제약에 따라야 하고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는 것이어야 함

 

2. 판례의 태도

 

(1) 노동조합 간부가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활동으로 영업소를 찾아가 영업소장에게 노조원의 폭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이를 거절하자 구호를 외치고 퇴장을 거부한 행위 등은 징계사유에 해당(대법원 1997. 9. 12. 선고 977165 판결)

 

(2) 전국기관차협의회의 투쟁활동에 동조하여 불법적인 단체행동에 적극 가담하거나 철도운행을 방해한 철도공무원을 징계파면한 것은 징계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음(대법원 1996. 6. 14. 선고 962521 판결)

 

(3) 노동조합이 정기총회 개최일에 체육행사 등을 포함한 대동제를 실시함을 알고서도 상당 기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총회 전날에 이르러 총회 개최 당일 오전에 정상근무를 하도록 한 사용자의 지시는 노사관계의 신뢰를 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여 그 지시를 어긴 것을 징계해임사유로 삼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함(대법원 1995. 3. 28. 선고 9445715 판결)

 

[참고 판례]

 

해고무효확인등

[대법원 1995. 3. 28., 선고, 9445715, 판결]

【판시사항】

. 사용자의 근무지시가 노사관계의 신뢰를 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여 그 지시를 어긴 것을 징계해임사유로 삼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한 사례

. 쟁의기간 중에 지역의료보험조합 소속 노조원 여러 명이 사업장을 떠나 의료보험사업의 관장기관인 보건사회부장관을 겸하고 있던 국회의원의 지구당 사무실에서 여러 날에 걸쳐 철야농성을 하면서 행한 쟁의행위가 지역의료보험조합운영규정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 노동조합이 정기총회 개최일에 체육행사 등을 포함한 대동제를 실시함을 알고서 상당 기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총회 전날에 이르러 총회 개최 당일 오전에 정상근무를 하도록 한 사용자의 지시가 노사관계의 신뢰를 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여 그 지시를 어긴 것을 징계해임사유로 삼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한 사례.

. 쟁의기간 중에 지역의료보험조합 노동조합 소속의 노조원 여러 명이 사업장 밖에서 사용자인 지역의료보험조합이 수행하는 의료보험사업을 관장하는 보건사회부장관의 직위를 겸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지구당 사무실에 찾아가 여러 날에 걸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 제3항에 위반한 행위이고, 근로자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통하여 근로계약관계를 맺음으로써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서도 노동관계법의 규정을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근로자가 이러한 의무를 저버리고 노동관계법 위반의 범죄를 범하는 것은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본분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며, 농성장인 그 사무실의 책임자나 그 관계인으로 하여금 또는 그것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경우에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지역의료보험조합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평가를 갖게 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지역의료보험조합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므로, 그와 같은 행위는·직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지역의료보험조합운영규정 제40조 제4항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로서 징계사유가 된다.

 

 

【참조조문】

 

..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

. 민법 제2

. 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 제3

 

【참조판례】

 

. 대법원 1994.12.13. 선고 9435701 판결, 1995.2.17. 선고 9444422 판결(1995,1417)

 

 

【전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상고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서울특별시 성북구 의료보험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한동휘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1994.8.5. 선고 942628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 2의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원고 2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1. 원고 2의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기록에 의하여 관계증거를 살펴보면 위 원고가 가입한 서울지역의료보험노동조합(이하 이 사건 노동조합이라고 한다)과 피고 조합을 포함한 사용자측의 대표가 이 사건 쟁의행위에 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의 책임 및 징계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하였다거나 사용자측의 대표가 위와 같은 징계책임면제를 노조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약속하였다는 위 원고의 주장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배척한 제1심판결을 인용한 원심의 조치는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면책합의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논지는 이유 없다 ( 당원 1994.11.8. 선고 9438229 판결; 1994.12.23. 선고 9358240 판결 등 참조).

2. 피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점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여 관계증거를 살펴보면, 소론이 내세우는 단체협약(갑 제12호증)이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인용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단체협약의 유효여부에 관한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없다.

2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원심이나 제1심이 채택한 관계증거를 살펴보면 원고 1, 3이 가입한 이 사건 노동조합의 정기총회는 조합규약상 매년 10월에 1회 이루어지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고(위 규약 제15조 참조), 위에서 본 단체협약 제10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노조규약에 의거한 정기총회는 업무시간 중에도 할 수 있고, 다만 사전에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노동조합은 이 사건 노조 정기총회 개최 사실을 피고조합을 비롯한 서울시 22개 각 구 의료보험조합에게 그 실시 18일 전에 모두 통지하고(갑 제1호증 참조), 서울특별시에도 그 개최 신고를 완료하였던 것이므로(갑 제3호증 참조), 위 정기총회는 단체협약 및 노조규약에 따라 개최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 위 정기총회에서는 노조규약의 개정에 대한 투표, 결산 및 회계보고, 회계감사의 선출 등의 통상적인 노조활동을 목적으로 하였던 것이므로, 위 정기총회의 개최 자체가 불법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위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은 위 정기총회에서 위와 같은 통상적인 노조활동업무 외에 오후에는 축구, 마라톤 등의 체육행사 및 풍물놀이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동제를 열기로 계획하고, 이에 따라 총회 당일 위와 같은 통상적인 노조활동 외에 위 대동제를 실행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기록에 의하면 다른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근로자들의 단결을 위하여 노조 정기총회시에 문화체육행사를 갖는 경우가 많고, 이 사건 노동조합의 1990년 정기총회에도 총회와 함께 체육행사 등을 하였으나 그 당시 각구 의료보험조합에서는 이에 대하여 아무런 문제를 제기한 바 없었던 사실, 이 사건 노동조합은 총회장소로 연세대학교 등 여러 곳을 물색하다가 최종적으로 한강고수부지에 대하여 같은 달 23. 오전에만 사용하기로 사용허가를 얻은 다음(위와 같은 정기총회행사 내용을 총회 소집공고시에 공고하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총회 전날까지 각 노조지부별로 업무시간 후 또는 업무시간 중에 위 체육대회 등에 대비한 연습 및 예선경기를 하여 온 것을 비롯하여 총회 전날까지 위와 같은 정기총회에 대비한 제반 준비를 하여 왔던 사실, 그럼에도 피고를 비롯한 각구 의료보험조합에서는 위 총회개최 전날인 1991.10.22. 오전까지 위 정기총회의 개최에 대하여 아무런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였던 사실, 특히 이 사건 노동조합은 당초 예정대로 위 정기총회를 개최함에 있어서도 사용자측에 총회일정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노조원들을 업무에 복귀시키겠다고 제의하는 등 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며, 조합원 중 10%의 인원을 사무실에 잔류케 하여 업무가 마비되지 않도록 조치를 강구하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에 비추어 위 정기총회의 개최가 소론과 같은 불법쟁의 등의 불순한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보여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위 정기총회가 불법쟁의 등의 불법의도에 의하여 개최된 것임을 이유로 하여 원심판결에 이점에 관한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이유 없다.

3점에 대하여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일방적으로 업무시간 중에 체육대회등을 개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고, 사용자는 노무지휘권에 기하여 사전에 위와 같은 업무시간 중의 체육대회 등을 허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할 것이나,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 및 관계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노동조합은 위와 같이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체육행사 등의 행사가 개최됨을 조합원들에게 미리 공고하였을 뿐 아니라, 총회 전날까지 각 노조지부별로 체육행사 등에 대비한 연습을 하여 왔고, 총회당일에 결승전이 치루어질 각종 경기의 예선전을 완료하는 등으로 사전 준비활동을 거의 전부 마친 상태였는데 피고조합은 위 정기총회와 함께 위와 같은 체육행사 등을 포함한 대동제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부터 위 정기총회의 개최를 통보받은 지 18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있다가 총회 바로 전날 관할구청의 지시가 있자, 비로소 체육행사를 문제삼아 총회 전날 업무종료 직전인 17:00경에 이르러서야 그 개최 예정일 오전에는 정상근무를 하고, 위 정기총회를 오후에 개최하도록 지시하였고 당시 이 사건 노동조합으로서는 총회장소의 사용허가 시간이 오전에 한정되어 오후부터의 총회 개최는 장소문제상 불가능한 데다가 피고 조합측의 위와 같은 지시가 너무 늦게 이루어져 노조규약에 따른 적법한 총회 변경공고를 할 24시간의 시간적 여유마저 없었던 탓으로 부득이 총회를 그대로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므로, 이에 비추어 보면 이와 같은 피고의 지시는 비록 그것이 소론 주장처럼 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노사관계에 있어서의 신뢰를 해하는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위 원고들이 위와 같은 피고의 지시를 어기고 위 정기총회에 참석하거나 다른 노조원들에게 참석하도록 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이를 징계해임사유로 삼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것이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을 인용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다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에 신의법칙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이유 없다.

4, 6점에 대하여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피고 조합이 원고 1에 대하여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사실 중 위 원고가 (1) 위 노동조합에 의하여 파업이 실시되자 1991.5.9.부터 같은 해 5.16.까지 위 노동조합의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다른 조합원 13명과 함께 사업장이 아닌 당시 부산지역출신 국회의원이고, 의료보험사업의 관장기관인 보건사회부장관을 겸하고 있던 소외 문정수의 부산지구당 사무실에서 그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불법으로 철야농성을 하였다는 점, (2) 1991.10.7. 피고 조합의 과별추계체련대회 지시를 거부하고 위 대회를 방해하였다는 점, (3) 1991.10.18. 10.21.에 업무시간 중 직원들로 하여금 정기총회일에 결승전이 있는 경기종목의 예선전을 빌미로 직원들로 하여금 근무이탈케 하였다는 점과 원고 3에 대하여 징계사유로 삼은 비위사실중 위 원고가 (1) 1991.5.9.부터 같은 달 11.까지, 같은 해 5. 13.에 피고조합에서 북, 카셋트 등을 동원하여 고성방가 함으로써 피고 조합의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끼쳤고 같은 달 9. 18:00경부터 서울 종로구 종로서적 앞에서 반정부유인물을 배포하였다는 점, (2) 1991.10.7. 피고 조합의 과별추계체련대회 지시를 거부하고 위 대회를 방해하였다는 점, (3) 1991.10.18. 10.21.에 업무시간 중 직원들로 하여금 정기총회일에 결승전이 있는 경기종목의 예선전을 빌미로 직원들로 하여금 근무이탈케 하였다는 점을 그 판시 증거를 들어 배척하였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을 제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위 원고들은 징계절차에서 자신들에 대한 위 각 비위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므로, 1심이나 원심이 그 판시의 증거만으로 위 비위사실 자체를 배척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더욱이 제1심이나 원심이 위 원고들에 대한 위 각 비위사실을 배척하면서 인용한 제1심 증인 최용의 증언에 의하면, 위 각 (2) 사실과 관련하여과별체육대회를 마치고 직원 전원이 태능의 푸른동산에 가서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고, 한편 제1심이나 원심이 채택한 갑 제15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직원 전체가 태능 푸른동산에 집결하여 과별행사를 가졌다.”는 것으로 조합원인 직원 전체의 모임에 관한 경위를 서로 다르게 진술하고 있어 진술 상호간에 모순이 있으며, 위 각 (3) 사실에 관한 위 제1심 증인 최용의 증언내용도 총무부장 등의 허락을 얻고 예선전을 하였다는 것을 단지 원고로부터 들었다는 것이어서 원고들로부터의 전문진술에 불과하여 그 신빙성이 희박하다 할 것이다.

결국 원심은 이점에서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증거취사를 잘못함으로써 사실을 오인하였다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있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나아가 원고 1 (1) 비위사실은 피고조합의 운영규정 제86, 40조 소정의 징계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운영규정 소정의 징계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는바, 위 운영규정(을 제5호증) 86조 제1호에는40조의 규정을 위반한 때를 징계사유로 규정하고 있고, 위 운영규정 제40조 제4항에는 임·직원의 의무로서임직원은 직무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원고 1 (1) 비위사실이 인정되는 것이라면 쟁의기간 중에 위 원고가 노동조합의 집행부의 지시에 따라 다른 13명의 노조원들과 함께 사업장을 떠나 당시 의료보험사업의 관장기관인 보건사회부장관을 겸하고 있던 국회의원 문정수의 부산지구당 사무실에서 여러 날에 걸쳐서 철야농성을 한 행위는 노동쟁의조정법 제12조 제3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할 것이다.

근로자는 사용자와의 근로계약을 통하여 근로계약관계를 맺음으로써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서도 노동관계법의 규정을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고, 근로자가 이러한 의무를 저버리고, 노동관계법위반의 범죄를 범하는 것은 어떤 사업장에 채용된 근로자로서의 지위와 본분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그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라 할 것이며, 이 사건의 경우처럼 근로자가 십수 명의 다른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관계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사업장 밖에서 피고 조합이 수행하는 의료보험사업을 관장하는 행정감독기관의 직위를 겸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지구당사무실에 찾아가 여러 날에 걸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비록 그것이 곧바로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에 해당하는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농성장인 그 사무실의 책임자나 그 관계인으로 하여금 또는 그것이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경우에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피고 조합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평가를 갖게 할 우려가 있고, 나아가 피고 조합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결국 위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위 운영규정 제40조 제4항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위와 같은 가정 판단도 정당하다 할 수 없다.

5점에 대하여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 1, 3에 대한 징계비위 사실의 일부를 배척한 원심의 사실인정이 위법한 이상 그 나머지 판시의 비위사실만을 토대로 위 원고들에 대한 징계해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비위사실이 만약 전부 긍정되는 경우에도 징계권의 남용이라고 판단되지 아니한 이상 원심판결은 유지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여 나타난 위 원고들이 저지른 비위행위의 횟수, 그 경위와 내용, 이로 인하여 피고 조합이 입게 된 제반 손해, 위 원고들의 노동조합에서의 위치, 원고 1의 경우에는 과거에도 징계처분을 받은 점 등에 비추어 위 원고들의 위와 같은 비위사실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관계를 더이상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현저한 비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점을 다투는 논지도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피고의 상고는 이유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 2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상고기각 부분의 상고비용은 패소자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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